1900년부터 오늘까지의 세계 미술을 10년 단위로 이은 연표를 만들었다.
작년에 만든 서양 미술사 그래프가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를 한 화면에 담았다면, 이번 것은 1900년 이후만 다룬다. 범위를 좁힌 대신 밀도를 올렸고, 시간축을 10년 단위로 끊었다.
왜 10년 단위인가
고대부터 현대까지를 한 축에 놓으면 20세기가 오른쪽 끝에 눌린다. 3000년을 담은 자에서 100년은 좁다. 그런데 미술이 가장 빠르게 바뀐 게 바로 그 100년이다.
1900년 이후만 떼어내면 구간이 균일해진다. 190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13칸. 칸마다 폭이 같으니 어느 연대에 무엇이 몰려 있는지가 눈에 보인다.
실제로 보면 1960년대가 유난히 붐빈다. 68개 항목이 그 한 칸에 들어 있다.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플럭서스, 비디오 아트가 거의 같은 시기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1930~40년대는 얇다. 전쟁이 있었다.
화면 보는 법
왼쪽 가운데에 연대 다이얼이 있다. 알람 시계처럼 위아래로 넘긴다.
- ▲ ▼ 버튼으로 한 칸씩 이동
- 흐리게 보이는 앞뒤 연대를 눌러도 이동
- 다이얼 위에서 마우스 휠
- ← → 방향키
- 가운데 연대를 누르면 그 10년의 목차가 열린다
사람마다 먼저 손이 가는 게 달라서 네 가지를 다 열어뒀다.
다이얼 아래 버튼으로 구간 표시 방식을 바꿀 수 있다. 구분선만 긋거나, 구간마다 배경에 음영을 깔거나, 아예 끄거나. 고른 값은 브라우저에 남아서 다음에 와도 그대로다.
무엇이 담겼나
항목은 514개다. 서로 2,413개의 관계로 이어져 있다.
- 10년 구간 13 — 190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각 연대의 목차 역할
- 사조 · 매체 95 — 야수주의부터 NFT 아트까지
- 작가 267
- 작품 34
- 사건 · 사회운동 30
- 장소 · 기관 75
서구만 담지 않았다. 한국·일본·중국·러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와 중남미 작가가 함께 들어 있다. 이우환과 김환기, 박수근, 백남준, 단색화와 민중미술, 모노하와 구타이, 아이웨이웨이가 같은 연표 위에 있다.
노드 하나를 열면
항목을 누르면 오른쪽에 패널이 뜬다. 거기엔 설명 한두 줄과 서사 본문이 있다.
본문은 백과사전식 요약이 아니라 구체적인 장면 하나를 축으로 썼다. 예를 들어 플럭서스는 이렇게 시작한다.
1962년 9월 독일 비스바덴에서 열린 페스티벌이 플럭서스의 공식 출범으로 통한다. 무대 위에서 피아노가 해체되는 공연이 지역 방송을 타며 소동이 일었다. 이름은 흐름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조지 마치우나스가 따왔고, 백남준과 오노 요코, 요제프 보이스가 그 아래 모였다.
514개 항목 전부가 이런 본문을 갖고 있다. 하나도 빈 곳이 없다. 이게 이번 작업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패널 아래에는 연결된 항목이 종류별·연도순으로 전부 나온다. 플럭서스에서는 백남준·오노 요코·요제프 보이스로, 거기서 또 다른 데로 계속 타고 갈 수 있다.
지도
오른쪽 아래 지구본 버튼을 누르면 세계지도가 열린다. 지금 보고 있는 항목과 이어진 장소를 전부 찍는다.
추상표현주의를 누르면 뉴욕과 파리, 테이트 모던에 동시에 핀이 선다. 한 사조가 어디에서 어디로 옮겨 다녔는지가 지도 위에 그대로 보인다.
주소로 바로 열린다
항목마다 고유 주소가 있다. 링크로 공유하면 그 항목이 열린 채로 시작한다.
/art-today/?node=decade_1960— 1960년대 목차/art-today/?node=cubism— 입체주의/art-today/?node=nam_june_paik— 백남준
자바스크립트를 끄고 들어와도 본문이 보인다. 검색엔진이 읽는 것도 그 본문이다.
만들면서 배운 것 하나
514개를 사람이 하나씩 고를 수는 없어서, 처음엔 자동으로 점수를 매겨 뽑았다. 자료가 길수록 중요한 항목일 거라고 봤다.
결과를 보고 한참 웃었다. 〈검은 사각형〉은 들어갔는데 말레비치가 없었다. 절규는 있고 뭉크가 없었다. 잭슨 폴록도, 마르셀 뒤샹도, 입체주의도 빠져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폴록의 위키 문서는 324단어, 말레비치는 207단어다. 짧다고 덜 중요한 게 아닌데 그렇게 취급한 것이다.
다음엔 “다른 문서들이 얼마나 자주 언급하는가”로 바꿔봤다. 이번엔 입체주의가 218회로 상위에 올라왔지만, 바스키아가 5회, 모노하가 3회로 또 떨어졌다.
결국 정전은 이름으로 지정해야 했다. 자동 지표는 전부 대리지표였다. 두 번 새고 나서야 인정했다.
앞으로
2020년대는 아직 얇다. 진행 중인 연대라 자료 자체가 적고, 무엇이 남을지도 아직 모른다. 지금은 프리즈 서울과 도쿠멘타 15, 베네치아 비엔날레 2024, 문화재 반환 논쟁 같은 일어난 일 위주로 채워뒀다.
연표는 계속 자란다. 항목이 늘면 사이트맵도 알아서 따라온다.